2015년 8월 31일 월요일

자유의 댓가

적어도 지역적으로는 아무 것에도 얽메이지 않고 삽니다. 지금의 자유로운 이동생활에 만족합니다.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지내는 중입니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
오프그리드의 홀가분함을 위해 치루는 댓가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 중 하나가 아이들 짐 보관입니다.
며칠전 도터가 해외생활을 앞두고 여행을 떠나며 짐을 정리했습니다. 대부분 팔고 도네이션하고 덤프한다고 했지요. 하지만 그래도 꼭 간직할 물건이 왜 없을까요. 마지막 남은 짐 몇박스를 어쩐다. 우리 창고가 있는 캘리포니아까지 가져 갈 수도 없고. 물론 인근에 부탁할 만한 지인들이 많지만 누구에게든
이런 일로 신세를 지기는 절대 싫고....
남편은 창고를 여기에도 하나 마련하자고 하지만 박스 몇개때문에 또 창고를 리스한다는게....
이런 형편을 미리 생각해 도터는 오래전 이미 동생에게 1년간 자기 짐의 보관을 부탁했다네요.  썬은 선뜻 그러마고 했고.
하지만 막상 닥치고보니 친구들과 공동으로 렌트한 좁은 아파트먼 방에 누나의 짐을?
역시 남편 말대로 우리가 창고를 또 하나 얻어야 할 듯합니다.
물론 집을 팔기로 결정하면서 이런 문제는 이미 예상했던 바입니다. 우리 짐은 작년에 몇차례에 걸쳐 과감히 처분, 정리했습니다. 중요한 자료, 추억의 기념물들은 디지털 자료화해 엑스터날 하드에 저장한 후 눈물을 머금고 다 태워버렸지요.
아이들이 필요할때 언제든 와서 쉬고 짐도 맡기고 할 수 있는 가족의 중심 보금자리가 없다는 것...자유를 위해 감내해야 할 댓가 중 하나입니다.

오늘 아침은 여기가 우리집 앞마당. 커피 한잔마시고 다음 도시를 향해 다시 힘차게 시동을 겁니다. 

2015년 8월 25일 화요일

찬밥신세

초가을까지는  가능한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갖으려 했습니다. 
그래서 일찌기 이동루트를 미드웨스트로 한정했고.

그런데 도터가 오늘 서부로 떠납니다. 
2년간 하우스메이트였던 대학동창 중 -시애틀에 대학원으로 떠난 절친 아니스타샤,  국립공원 관리국에 취업한 클레어, 샌프란시스코에 선생으로 간 크리스,  그리고 텍사스 휴스턴의 애나와 각각 1주일씩 지내고 오겠다네요. 


아무래도 친구가 더 좋은 나이....


부모인 우리에게 배당된 시간은 돌아와서 10월 중순 아프리카로 떠나기 전까지 5-6일 정도...
그때 모토홈 두대로 같이 단풍여행을 하려 합니다. 
늘 바쁘신 몸인지라...그 정도로 감지덕지해야지요. 


오늘 도터가 이삿짐 꾸리는 것을 하루종일 도와주고 이튿날 
집앞에 유보트(Mom's Mobile Kitchen) 를 대놓고 아침을 해 먹이고
린버그 공항으로 바로 출발. 

그리고 썬은 아빠의 같이 시간을 보내자는 구애(?)전화에도 불구하고 
어찌나 얼굴보기가 힘든지....특히 요즘은 새학기가 다가오며 전세계로 흩어졌던 
친구들이 하나 둘 돌아 오면서 우리는 더 찬밥신세가 되어 가는것 같네요. 
친구들 만나기 바쁘다며 이미 했던 저녁약속, 가족캠핑계획마저 
이 핑계 저 핑계로 취소 또는 미룹니다.

자기들 필요할때나 엄마 아빠 찾지...이제 우린 찬밥신세네요. 
저의 푸념에 로변철씨가 한마디합니다. 
우리가 쟤들 나이때 우리는 어땠지? 이 정도 시간 내주는 것만도 어디야. 

2015년 8월 20일 목요일

젊은 알브이어 부부


풀타임 알브이어들의 대부분은 은퇴한 분들입니다. 60대에서 70대 부부가 대부분. 
하지만 가끔 이렇게 젊은 커플도 가끔씩 만납니다. 




 동부에서 온 이들 부부에겐 갓난아기가 있습니다.  
그리고 조오지라는 이름의 러시아산 큰 개와 잡종 치와와 한마리....
 식솔을 참 많이 거느리고 다니네요. 



당연히 모토홈도 엄청 커다란게 필요하겠지요.  

요즘 우리도 사려고 벼르는 중인 디젤푸셔네요. 

2015년 8월 17일 월요일

부유층 풀타이머들

유보트의 팁업 해치가 하나가 떨어져 나갔습니다. 사용자 부주의로. 
그래도 그렇지....황당하네요. 

일단 덕테이프로 응급조치를 했지만, 이번 주말 스톰이 몰려 온다는데 큰일 입니다.  


마침 제조사인 위네베이고 Winnebago공장이 있는 북부 아이오아주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습니다.   


수리차 들린 이곳에서 오랜만에 많은 부유층 풀타이머들을 만납니다. 주로 워런티가 끝나기 전에 자잘한 문제들을 고치려고 온 이들입니다.  


우리 말고는 거의 다 어마어마한 크기의 초호화 디젤푸셔들입니다. 보통 한대값이 50만불, 한국돈 5억~6억 정도 하는 것들이 넓은 야드에 줄줄이 서 있네요.  


오너들의 연령은 60중후반에서 주로 70대, 80을 넘은 커플 들도 있습니다. 고령에도 불구하시고 다들 어찌나 정정하신지....거대한 43피트의 모토홈을  장난감 다루듯 다룹니다. 뒤에는 토우카까지 매달고.  
대부분 어려서부터 모토홈을 소유했던 이들이지요. 그리고 적어도 몇백만불~몇천만불 정도는 기본재산이 있는 이들 입니다. 행색은 티셔츠에 반바지, 훌립훌랍...한국과는 달리 미국부자들은 행색만으로는 구분이 힘들지요. 

그런데 이들 갑부 알브이어들도 빠르게 여행할때는 가끔 월마트 주차장에서 그냥 오버나잇을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 교외의 알브이파크 RV Park 찾아가 훅업하기 귀찮아서... 

은퇴 후 10년 넘게 훌타이머로 여행다니는 70대 노쓰캐롤라이나 출신 커플도 만나 많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멀리 뉴질랜드에 살면서 매년 6개월간은 미국/캐나다를 돌아 다닌다는 키위Kiwi 알브이어도 만났는데 본국으로 갈때는 알브이와 보우트를 미국내 스토리지에 보관하고 다녀 오기를 매년 반복한답니다.  


우린 여기서 아예 갓난아기 취급입니다. 훌타이밍 경력도 짧고 모토홈도 작은 데다가 나이도 가장 어리니... 

사실은 한번 이야기가 시작되면 끝없이 수다를 떠시니 눈치껏 슬슬 피해 다니는 중입니다. 
하지만 그 덕에 이곳에 일주일간 머물며 RV Fulltiming에 관한 엄청난 정보와 노하우를 
얻는 중입니다.  

그동안 숙박은 공짜-위네바고사 제작공장 주변에 여기저기 마련된 캠핑시설을 이용 중입니다.  
어쨌든 고장이 나서 온것이니 모두가 언해피한 얼굴이어야 정상인데 이상합니다. 모두가 즐거운 모습. 마치 야유회, 동호회하러 온 듯 화기애애한 분위기네요. 

남부 액센트가 무척 강하신 이 분은 엄청난 수다의 여왕이십니다. 그런데 오늘 들으니 수리비 견적이 1만불이 나왔다네요. 그런데 대수롭지 않은지 오늘도 여전히 이 사람 저사람과 즐거운 대화를 나누고 다니시네요. 

직원들도 유니트당 각각 테크니션과 서비스 메니저가 한사람씩 붙어서 어찌나 친절하고 자상한지 모릅니다. 그러다보니 우리도 마치 무슨 축제나 랠리에 온 것 같은 기분입니다. 일단 무상수리 기간이라 부담이 없는데다 체류비용도 안드니....

이런 서비스를 받는다면 가끔 가다 한번씩 고장 나는 것도 나쁘지 않겠네요. 
물론 워런티 기간 중에는 말입니다.  











2015년 8월 12일 수요일

해피 호보



(위 사진) 오가다 만난 전형적인 아메리칸 풀타임 RVer들과 오버나잇 캠핑 중.  보통 다른 Rver들은 우리가 클래스A 코치를 팔고 작은 클래스B 캠퍼밴-유보트-로 옮겼다고 하면 아니 어떻게 그 작은 밴에서....눈을 휘둥그레....이해를 잘 못하더군요. 


길 위의 삶을 시작한지가 어느새 18개월째네요. 

아직은 우리의 선택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아니, 갈수록 너무나 잘한 선택이었다는 생각입니다. 
점점 현대판 유목민 운동을 벌이고 싶을 정도로 빠져 들고 있습니다.  

미국사람들은 우리같이 정처없이 떠도는 노숙자를 호보(hobo)라고 부르더군요.

얼마전 화물기차가 천천히 달릴때 슬쩍 올라타는 방식으로
전국을 오가며 사는 호보들에 대한 다큐를 본 일이 있습니다.
주로 탈선 청소년 호보들로 마약, 매춘관련 끔찍한 내용이 많았습니다.

우리가 80년대 유럽과 미국을 여행 다닐 때만해도
백팩하나 달랑메고 히치하이킹으로 전국을 여행하는 젊은이들이 많았습니다. 
그중에는 멀쩡한 명문대 출신도 많았구요. 
범죄와 탈옥수들로 인해 오래전 히치하이킹이 불법으로 금지되어
요즘은 금기로 되어있지만....



80년대 유럽....지중해에서 막세이(마르세이유)거쳐 빠리까지 
히치하이킹으로 가는 중인 청년 로변철.  

그런가하면 지금의 우리처럼 각종 형태의 RV로 전국을 돌아다니며 사는 
중노년의 호보들 즉 RV fulltimers의 세계가 있지요.  현재 미국에 약 3백만이
그렇게 주거부정(?)으로 살아간다는 믿거나 말거나한 말도 있습니다. 

그런데 부자에도 행복한 부자가 있고 
불행한 부자가 있듯이(요즘 L그룹 S회장님댁처럼)
우리 호보들의 세계도 마찬가지 입니다.

원치 않지만 어쩔 수 없이 거리로 나선 슬픈 호보들이 있습니다.
사실 미국에선 노숙자 대다수(90%)가 마약이나 알콜 때문이라 합니다.
의지박약으로 스스로를 파괴 한 후 어쩔수 없이
거지로 바닥인생을 살게 된 케이스지요.  

하지만 철저한 준비와 자기만의 인생철학을 바탕으로
진정한 삶의 의미와 자유를 찾아 과감히 방랑의 삶을 선택한
자발적 호보들도 있습니다. 이들은 홈리스라는 말을 싫어 합니다. 
흔히 "Houseless, Not homeless!" 라고 하지요. 

물론 그들 모두가 자신의 선택에 만족하지는 못하겠지요. 
현대판 유목민의 이동생활이 누구나를 위한 라이프일은 절대 아닙니다. 
오히려 대륙횡단 한바퀴 돌고는 다시 붙박이 삶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더군요.  



하지만 그 가운데 수년 아니 수십년째 RVing을 이어가면서 
길위의 삶에 만족하며 행복하다는 호보들을 심심찮게 만납니다. 



전국의 RV Park에서, 후리웨이 rest area에서, 월포트 주차장에서...

그간 우리가 관찰한 이들- 경제문제 때문에 어쩔 수 없어서가 아닌 
이들 자발적 "해피(happy)"호보들의 특징은 이러합니다.

-자기 집은 세를 주고 전국 RV파크를 전전하고 다님.
-버스형 모토홈에 리버티 지프를 토우해서 다님
-부부합쳐 기본 3-5천불 정도 은퇴연금, 소시얼시큐리티베네핏...등을 수령 중
-연령은 50후반에서 70초반.
-인종은 백인 95%-비만체형이 90%
-학창시절 히피였던 자유분망한 사고의 소유자
-술, 담배, 메리와나는 거의 안함.   
-민주당원이나 오바마는 별로라고 함
-우리가 코리안이라 하면 꼭 북한 잇슈를 꺼냄 (이건 뭐 미국사람들이 다 그러지만)
-크리스챤이라고 하면서 교회는 안나가고 요가 메디테이션을 좋아함.  
-자연(지구)을 보호해야 한다고 떠드는 green trash.

우리같은 자발적 호보의 삶을 택한 이들 해피호보들과 마주치면
마치 오랜 친구를 만난듯 끝없는 수다가 이어지기 마련입니다.
사람은 달라도 늘 같은 패턴, 비슷한 내용....



이 바닥 생활도 갈수록 배짱도 늘고 노하우도 발전하고 
제법 관록이 붙어감을 느낍니다.
남은 여생 지구별 구석구석을 끝없이 돌아 다니며 
'행복한' 방랑의 삶을  살아가려 합니다. 



2015년 8월 11일 화요일

오라는 데는 많아도

우리 가족이 이십여년을 지낸 미네소타주라서 트윈시티 주변과 루랄시티 곳곳에 지인들이 많이 사십니다.  보통 우리의 노매틱 라이프스타일에 황당해하시면서 큰 관심을 보이기도 하십니다. 자기집에 꼭 와서 며칠 묵으라고들 하시는 분들도 많구요. 마음 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한지요.

그 중에 그저 예의상의 초대를 선별하더라도 좀 철판 깔고 찾아가 신세를 져도 될만 한 분들이 몇 분 계시지요. 실제 주차공간이 충분한 큰 집에 사시는 경우 입니다.

미국사람 중에 과거 이웃들, 친구, 아이들 수영팀으로 인연을 맺어온 15년 지기 친구 부모들,  밀러네 집, 특히 야드가 넓은 교외의 큰 집에 사는 도터의 절친 크리스틴 부부 그리고 루랄시티의 메이요크리닉  닥터 헤이스 박사 부부등등이 우리에게 언제든 와서 모토홈을 세우고 있으라고 대문을 활짝 열고 기다리고 계신 분들입니다. 고맙고 황송하기만 합니다.

물론 우리 동포 분들 중에도 몇 분 큰 집과 땅을 가지신 분들은 언제든 들리라고 하십니다. 그 중에는 우리처럼 은퇴후 RV를 한대살까 생각하시는 분도 계시구요.

그런데 막상 그같은 호의가 오히려 자칫 서로간에 마음의 부담이 될 수도 있는 듯합니다


   15년지기 브레드/조디네 집 방문. 

    P선생님의 3에이커 넓은 야드에 정박 중. 


사실 우리는 그냥 우리 바우집에서 숙식이 편합니다. 헌데 초대한 입장에서는 영 마음이 편하지 않으신 겁니다. 손님인데 어떻게 안으로 안 들이고 드라이브웨이의 좁은 캠퍼밴에서 자게 하냐는 거지요.  아무리 괜찮다해고 보통은 집안으로 들어와 지내라고 강권하시기 일쑤입니다.  그래도 미국인들은 한번 묻고 아니라면 그만이라 편합니다. 그러나 동포들이 많은 캘리포니아에서 돌아 다닐 때  모처럼 온 손님이라고 거한 저녁상을 차리고 지나치게 신경을 쓰시니 우리로선 부담이 느껴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물질과 음식으로 성의를 나타내야 예절인게 우리 관습이고 문화이니 어쩔 수가 없더군요.  

우리 입장도 그렇습니다.  모처럼 찾아가는데 그냥 빈손으로 갈 수는 없지요. 또 어떻게 며칠 묵고 그냥 떠나나요. 답례로 받은 만큼 식사대접도 좀 모셔야 도리고...

오랜만에 지인들을 찾자면 반갑고 가슴설레고...그간 쌓인 이야기도 나누자면 너무나 즐겁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그냥 은퇴해서 한가하게 놀러 다니는게 아니라는 것이 문제인 것 같습니다.  여행자체가 삶이고 생활이며 매일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야 합니다.

지인댁에 묵을 경우 며칠은 그냥 놀게 되기 쉽상입니다. 우리가 정한 수칙들 즉 주 1일 단식, 사식제한, 취침기상 시간등  수행자로서 정한 생활수칙 들도 어기게 되곤합니다. 무엇보다 다들 바쁘게 사시는데 혹시 우리로 인해 민폐가 될까 신경도 많이 쓰입니다.  비용도 지인댁에 묵는다고 쉽게 생각하기 쉬운데 결과적으로는 그냥 RV파크 묵는 것보다 더 든 경우가 많았습니다.

오란다고해서 선뜻 지인들을 찾아 가는게 여간 조심스러운 일이 아니네요.

도시의 정글

시간이 갈수록 도심에서의 잠수생활도 익숙해져 갑니다. 

이러다 조만간 노숙방랑의 삶이 정상이고 한군데 붙박혀 사는 삶이 비정상으로 보이기 시작할 수도 있을 듯 합니다.

새로 구입한 유보트에서 몇주 잠수생활을 해보니 역시 아무데서나 눈에 띠지 않고 지내기에는 가장 적합한 모토홈일듯 합니다. 그냥 주택가고 샤핑몰이고 도심이고 아무데나 주차공간만 있으면 거기가 바로 우리집, 오피쓰, 식당이 되고 화장실/샤워룸이 되네요. 



오가는 거리의 사람들을 잠망경(?)과 해치 밖으로 내다보며 느긋하게 잠수함 안에서 업무보고 먹고 자고 씻고 요리/설겆이하고..... 하는 기분. 처음엔 좀 불안도 하고 묘하기도 했네요.






로변철씨야 처음부터 재미있어 했습니다. 이것이 늘 꿈꾸던 무한자유의 오프 그리드(off-grid) 라이프, 도시의 정글에서의 진정한 어드벤쳐 알브잉 (adventure RVing)이라고 신 나 했었지요. 하지만 압니다.  늘 나보다 더 신경쓰고 조심하느라 제다로 잠도 못잔 날도 많았음을.


아마 행인들은 우리가 노상의 밴 안에서 이렇게 소꼽장난을 하며 살고 있으리라고는 상상하기 힘들겠지요.  밖에서는 내부가 안보이나 우리는 사방이 대형 프라이버시글래스들을 통해 훤히 다 보입니다. 
본의 아니게 몰래(?)오가는 이들을 구경하고 있는 셈이라 좀 미안한 기분이 들 때도 있지요.




















그리고 많은 분들이 걱정하시는 안전문제.
우범지역은 아예 갈 일이 없습니다. 특히  스텔쓰 주차/노숙을 할 경우 워낙 안전하고 평화로운 지역만을 엄선합니다. 생각 외로 안전한 길 위의 생활이지요. 물론 항상 범죄에 노출되지 않도록 경계를 늦추지는 않고 있습니다.      

로변철씨 주장은 대륙횡단 중 주 1-2회는 모텔/ RV파크를 이용하자는 것이 었습니다.
그러나 워낙 제가 호텔투숙, 남이 자던 침대를 싫어하는 체질입니다. 그리고 짐 싸가지고 왔다갔다하는게 영 귀찮네요. 차라리 그 돈으로 맛있는거 하나 더 사 먹고 그냥 스텔쓰 오버나잇, 동가숙서가식을 계속하자는 게 일관된 저의 생각이었지요.


다행히 남편도 나중에 동의했습니다. 잠수함의 물탱크 채우기, 빨레세탁, 오수와 쓰레기처리 문제 등에 요령과 노하우(는 로변철의 약간다른 생존방식-도시의 잠수함-에 자세히 설명)가 생기고 나니 궂이 하룻밤에 몇십불에서 때론 백불을 넘게 주고 숙박업소에 예약하고 투숙하고 하는 게 돈도 아깝고 번거롭기만 하다는 거지요.
해서, 이번 횡단여행 중 마지막 호텔 체크인했던게 언제더라...? 기억이 잘 안나네요.  

그대신 남편이 아주 야무진 제의를 하나 했습니다. 절약된 숙박비는 우리가 매일 무료로 이용하는 커뮤니티의 도서관과 파크 등에 다만 얼마간이라도 꼭 도네이션을 하자는 거지요. 


누가 시켜서가 아니고 감사한 마음이 절로 우러 나와서입니다. 특히 우리 같은 전업여행생활자들에게 그같은 공공시설물들은 정말 커다란 도움이 됩니다.

아래 사진은 어제 5시간을 머문 리지데일의 라이브동굴(Minnetonka, MN )입니다.  호수변에 산책로도 있고, 조용하고 쾌적한 환경의 럭셔리 시설을 갖추었습니다. 주차장은 운동장, 반은 항상 비어 있어 큰 차를 종일 주차해놔도 미안할게 없더군요. 밖은 찜통인데 냉방이 너무 잘돼 추워서 혼났을 정도. 어딜가나 꼭 찾아다니는 헬쓰(Y)가 바로 옆이라 또한 좋네요.  



새 바우집 '유보트'

오하이오주를 지나며 '바우집'(바퀴달린 우리집-네이버에 '카페'가 개설되어 있습니다)을 또 한대 구입했습니다.

외관과 칼라도 그렇고 차체가 독일제라 하여 남편이 즉석에서 "유보트(U-boat)"라 이름을 붙였지요.













*미네소타주에 도착해서 라이선스 플레이트를 오하이오에서 
몬타나주 법인 것으로 바꿔 달았습니다. 


얼핏 보면 캠핑카가 아닌 그냥 업무용밴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사실 우리에겐 캠핑카가 너무 캠핑카스럽게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여러모로 장점이지요. 
굳이 유보트를 구입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구요. 

특히 요즘처럼 도시에서 잠수항해를  하자면 당연히 주위 분위기와 블렌딩이 잘 될수록
좋습니다.
클레스 A나 C타입의 모토홈은 어딜가나 너무 튀기에 으슥한 곳에 잘못 장기 주차시 안에 물건을 도둑 맞기 쉽지요.  유보트는 클래스 B 타입이라기에는 너무 길어서 클래스 B+(플러스)로 분류된다 하네요.

무엇보다 경제적인 디젤엔진이란 점이 마음에 듭니다. 이렇게 큰 등치가 갤런당 하이웨이에서는 무려 20마일의 연료소모를 한다니 감동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전에 보유했던 class A 모토홈들은 6-8마일 정도였고 남편이 익스페디션 지프로 개조를 포기하고 얼마전 팔아버린 토요다 에프제이 지프와도 연료소비율이 비슷하다니 놀랍습니다.  

이번 여름 캘리포니아에서 부터 여기까지 네군데의 국립공원을 거치며 거의 3천마일을 잘 달려준 우리 고마운 스마티-똘똘이-는


아들의 미니아폴리스 아파트 근처,  로버트씨 부부네 미시시피강 부근 건물 주차장에
당분간 세워 두었습니다. 당분간 용도에 따라 유보트와 스마티를 교대로 사용할거랍니다.  

조만간 우리의 '로변공화국' 미션 프로젝트가 본격 시작되면 둘 중한 대는 거버먼트 오피쓰로 쓸 적당한
디젤푸셔 모토홈으로 트레이드인을 할 예정이구요.  







2015년 8월 10일 월요일

추억의 캠퍼밴



80년대 우리 부부 최초의 RV였지요. 

런던에서 뉴질랜드 여행자에게 구입해 
영국과 유럽대륙 일주 후 미국에서 온 히피 커플에게 팔았던....

복스바겐 캠퍼밴, 일명 히피버스 ...

이때 유럽 각지에서 온 젊은이들, 집시, 히피그룹과 어울려 다니며 
재밌는 일이 많았는데....사진을 많이 찍어 두지 않은 것이 후회됩니다. 


2015년 8월 3일 월요일

가슴앓이를 하는 딸을 보며

 
지난달, 요즘 우리 놀이터 중 한군데인 세인트폴 코모파크. 
도터의 보이후렌드 M과 함께 고기를 구어 먹으며 담소를 나누는 중 .  

M은 훌륭한 청년입니다. 

딸과 같은 대학을 올 봄,  졸업 후 아직 변변한 직장을 못잡고 있지만 심성이 바르고 성실합니다. 
지리학전공, 비교종교학 부전공. 북동부 메인주의 명문가 출신. 
보기에도 잘 어울리는 한쌍입니다.  

딸이 독신으로 살거나 서른은 너머 결혼하기를 은근히 바라는 로변철씨도 보이프렌드로서 M을 마음에 들어 하는 눈치입니다. 
아마도 자기 견변철학이야기에 관심 갖고 잘 경청해 주어서 그런지 모르나.

M의 부모님들은 동부 메인주 바닷가에 뒷마당 널널한 전원주택에 사십니다. 아이들과 무관하게 언제든 와서 자기집 야드에 며칠이고 캠핑을 하라고 초대하십니다. M의 모친은 삭발만 안했지 매우 독실한 부디스트 수행자로 동양사상과 특히 이번에 만나면 삼사라-The eternal cycle of birth, suffering, death, and rebirth-에 대해 로변철씨와 밤샘토론을 하기로 언약한 상태입니다. 어쩌면 가을,캐나다 퀴벡가는 길에 들려 한달정도 그 집 마당에 베이스캠프를 칠까도 생각 중이지요. 아름다운 가을 단풍으로 유명한 곳이라 더욱. 

그런데 아, 마음 아프네요. 

M은 다음 주면 학업과 구직을 위해 서부의 시애틀로 갑니다. 
우리 도터는 곧 훌브라이트 장학재단 지원으로 해외-아프리카/유럽으로 떠납니다. 
둘다 공부를 마칠때까지 최소 3년 이상은 생이별, 떨어져 지내야 하는 상황. 

고민 끝에 둘은 일단 헤어짐, 이후 원거리 친구관계 유지, 그리고 3년 후는 그때가서 결정으로 잠정 합의를 본 듯 합니다. 
막연하고 무책임하게 서로를 속박하는 언약보다는 현실적이고 실리적 결정을 한 겁니다. 

참 요즘 젊은세대들은 이렇게 차갑도록 이성적인가 약간 섬뜩하기도 합니다. 

저도 낭낭청춘 18세에 로변철씨를 만났습니다. 지금 도터보다 서너살 어릴땝니다. 
그 당시 우리라면 과연 그렇게까지 냉정하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실리나 이성보다는 
다분히 감성적인 결정을 했을 듯 합니다. 
아니, 사실 그렇게 했지요.   

딸에게 우리는 잠정적 결별 결정에 대해 별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조언은 주되 '마지막 결정은 너희가 알아서...'가 
언제나 법적성인이 된 이후 아이들 문제에 대한 우리의 공식 입장입니다. 

"두사람의 사랑이 이어진다면 좋을 것이다. 하지만 헤어진다면 아픈 그 만큼 
또 서로가 무언가 얻는 바가 있을 것이다. 그러니 걱정할게 무어냐..."
는게 아빠의 생각입니다. 

하지만 
이별의 슬픔으로 가슴앓이를 하는 딸의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는 엄마의 마음은 수월치 만은 않네요.  
어차피 오는 주말에 같이 캠핑을 가기로 했는데 조금 전 딸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엄마, 나 너무 힘들어. 오늘 저녁 엄마 아빠랑 시간 좀 보내고 싶어..."  

생전 자기 약한 모습을 잘 보이지 않는 아이인데...

하필이면  바쁜 할 일이 많은 날입니다. 하지만 내 새끼보다 더 중요한 일이 어딨을까요. 
딸의 퇴근시간은 3시30분. 
만사 제쳐 놓고 잠시후 세인트폴 다운타운으로 달려 갈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