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8월 16일 토요일

친부모보다 나은 친구의 부모들



9월에 UofM에 입학하는 아들. 이번에 함께 가지 않고 아들 혼자 일찍 비행기로 보낸 것은 나름 믿는 구석이 있어서 였지요. 코흘리게 시절부터 아들을 친자식 이상 돌봐주고 챙겨주는 학교 그리고 수영팀 친구의 몇몇 부모들 때문입니다.

이번에는 기숙사 들어가기 전 2주 동안 형제 못지 않게 같이 자란, 키다리 엘리엇네 집에 1주일, 이어서 늘 단짝이던 수학천재 드루네 집에서 1주일씩 나누어 번갈아 우리 아들을 돌봐주기로 되어 있네요. 두아이 다 초중고 십년이 넘는 친구들이지요.

아이오와 주립대에 진학한 엘리엇 린치의 부모-마이크는 아키텍, 앤 린치는 정치가로 전에 미네소타주 상원의원. 제이슨은 그 집의 "주말" 아들이었어요.  앤이 낙선한 후 부부사이가 좀 소원해져 앤이 시카고로 떠나기 전까지는 아들은 주말이면 거의 그 집에 가서 슬립오버를 하고 오곤 했었지요. 돌이켜보면 그집 아들 엘리엇과는 자라는 동안 친형제 못지 않게 많은 시간을 보낸 셈입니다. 

또 한명의 친구-고교를 남보다 조기졸업하고 하바드에 작년에 진학한, 수학천재 드루 헤이스의 부모, 데이빗과 샤론은 부부공히 메이요 크리닉의 명망높은 심장전문의. 의사도 그냥 의사가 아니고 타임지와 인터뷰도 하고 그 분야에선 세계적인, 유명한 이들로 역시 어려서부터 우리 아들을 친자 못지 않게 챙겨 주었지요. 가끔은 질투(?)가 날 정도로 매번 가족행사나 해외여행에도 아들을 데리고 다니고 싶어 했었습니다. 이스터, 땡스기빙, 크리스마스 파티에는 우리 가족 모두를 초청하곤 했구요.  

당초 우리 계획은 태평양에 발이나 한번 담근 후 아들과 함께 오던 길 되돌아 대륙을 가로질러 다시 가을 전 미네소타로 귀환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들도 데려다 줄겸 그 무렵 DC에서 세인트폴로 돌아 올 예정인 딸아이도 다같이 만나고...

그런데 엘리엇, 드루 두 집에서 자기들이 챙겨 줄테니 무리하지 말고 그냥 웨스크코스트에 있으라고 하는 겁니다. 든든한 친구들 때문에 우린 왕복 4천마일의 먼길 왔다리갔다리 안하고 그냥 이렇게 야자수 아래 퍼져 지낼수 있게 됐네요.  

아들이 혼자 비행기로 떠나는 날, 우리에게 걱정 붙들어 매라며 샤론이 재차 메일을 보냈더군요. 
샤론은 크고 작은 일에 언제나 진심어린 이 같은 편지로 우리를 감동시키곤 합니다. 

Dear *** and *****
We are thrilled to get some time with Jason! We so enjoyed following him on his biking adventure and miss him so much. It is a privilege to have him stay with us.
We are also happy to help him get up to the UofM and with anything else he needs while in MN. We want you and him to know that our home is always open to him, if he just needs a little break from the dorms (or dorm food!) or during some of the short school breaks when he may not be able to get  to see you in CA- And you are welcome to stay with us when you are in MN, as well.
Best!
-S*****

언제나 필요하면 찾아가 머물 수 있는 집- 친부모 보다 더 자상한 친구 부모들을 가진 우리 아들은 참 행운아란 생각입니다. 

인종전시장-카운티훼어

                     작렬하는 태양아래 펼쳐진 다양한 인종들의 한바탕 놀이판.
산책 겸하여 카운티 훼어 OC county fair in Coata Mesa 다녀왔습니다.  
























자전거 타다 발견한 오아시스.

며칠전 개천가 트레일을 북상하며 자전거 산책 중 뜻밖에 숨겨진 오아시스를 발견했습니다. 넓고 한적한, 그저 앞으로만 쭉쭉 뻗은 자전거 트레일이 조금은 지루하려던 차, 샛길이 있기에  살짝 벗어나니 고개 너머 시원한 저수지가 우릴 반기네요. 




이 동네 오래 산 시누이도  '어머 그런데가 있었어?!'  몰랐다네요. 극심한 가뭄으로 강바닥이 다 드러난 요즘이라선지 별거 아닌 경치지만 모처럼 물을 보니 기분이 좋네요.




그 옛날 처음 미국와서 놀랐던 것 하나. 

남부 캘리포니아가 젖과 꿀이 흐르는 비옥한 땅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해안에서 조금만 내륙으로 벗어나면 이건 뭐 기후나 토양이 삭막하고 드라이하기 이를데 없는, 말 그대로 거의 사막이더란 것 이었습니다.  

그 메마르고 척박한 땅에 길을 내고 물을 들이고 나무를 심어 드림랜드로 개발했던 서부개척자들의 옹골찬 집념에 새삼 감동입니다. 
선조들의 프론티어 정신을 이어 받아, 남가주와 아리조나를 당분간 제 2의 활동거점으로 삼자는 동키호테 남편 로변철씨. 오늘도 '나홀로 공화국' 건설의 야무진 꿈을 키우는 중입니다. 그의 로시난테가 되어 목마른 영혼 누구나 잠시 쉬어 갈 수 있는 오아시스를 만드는 프로젝트에 일조할 생각입니다.   



2014년 8월 15일 금요일

만족스러웠던 실망산(Mt.Disappointment)등산



작년 가을부터 로변철씨와 같이 동양사상을 공부하는 분들과 LA근교로 등산을 갔습니다.


한라산 높이 정도라는 마운틴 디스어포인먼트. 가이드북에는 '중급'으로 나오는데 경사가 장난이 아닙니다. 직벽에  가까운 산비탈에 직젝zigzag으로 난 오솔길을 오르자니 고소공포증으로 식은땀에 다리가 후들 거리네요. 위에서 돌이 굴러 떨어질까 걱정도 돼고.  



어떤 구간은 진짜 발 한번 잘 못 디뎠다가는 바로 요단강 건너겠더라구요.



뒤에서 로변철씨가 칭찬인지 놀림인지 알쏭달쏭한 말을 합니다. 
"갱년기 호르몬이 바뀌어서인가 (남성화?) 당신 오늘 벼랑길도 무서워 않고 제법 잘타네..."

헉헉거리며 간신히 꼭대기에 다 올라가서 "야호! 정상이다" 하는데, 
어라 이게 뭐지요,  발밑으로 깊은 골짜기 너머 건너편에 아주 쬐끔(한뼘 정도) 더 키가 큰 산이 우릴 깔아보며 서 있네요.



아니 그럼 이게 젤 높은 산이 아닌거야?!  

실망하고 있는데 옆에서 등반대장님이 하시는 말씀.

"그래서 이 산 이름이 Mt.Disappointment라네요. "

아, 그랬구나. 말이되네.



하지만 좋은 분들과 정담을 나누며 모처럼 땀을 한바탕 흘리고 나서 정상에 선 기분은 날아갈 듯 좋았습니다.

하산후 등반대장님 밴에 묻어타고 LA코리아타운으로 뒷풀이까지 따라 갔다가 귀가하니 밤 11시가 다되가네요. 둘다 파김치가 되었지만 아주 '만족'스러웠던 '실망'산 하이킹이었습니다.


2014년 8월 7일 목요일

아들의 독립기념일

7월 4일은 미국의 인디펜던스데이이고  8월 7일은?

미국보다 중요한 우리 아들 제이슨의 독립기념일- 즉 부모와 떨어져 홀로서기 첫날입니다.

한편 우리부부에겐 로변철씨가 그토록 고대하던 빈둥지가 된 첫날이기도 하네요.  
드디어 22년만에 다시 우리 부부 둘만 뎅그머니 남은 겁니다. 전과 다른건 그땐 싱싱했는데 
지금은 둘다 쭈글쭈글...  

시원섭섭이라지만 시원보다는 섭섭이 열배쯤 더하더라구요. 뭐라 말로 표현하기 힘든, 알 수 없는 슬픈 기분....에 시달리는 중입니다. 이상하게 딸아이 보낼 때보다 더욱 마음이 짠- 한데 로변철씨도 같다고 하네요.

왜일까, 
아마도 딸애 때는 가보았자 기숙사가 차로 한두시간 거리여서 둥지 밖으로 날려 보냈더라도 언제든 달려가서 만날 수 있는 거리여서 였을 겁니다. 

하지만 이번에 아들과는 언제 어디서 다시 볼지 모르는 기약없는 헤어짐이기 때문일까요?  

LAX 공항에 떨구고 오는데 가슴이 아리고 코가 찡하니 눈물이 앞을 가렸습니다. 
지금도  헤어지는 순간의 아들 사진을 보니 다시 가슴이 먹먹해 오네요. 


울적한 마음 레돈도에 날려 보내고

아들과 LAX에서 작별하고 근처 레돈도비치를 찾았습니다. 울적한 마음 달래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