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을부터 로변철씨와 같이 동양사상을 공부하는 분들과 LA근교로 등산을 갔습니다.
한라산 높이 정도라는 마운틴 디스어포인먼트. 가이드북에는 '중급'으로 나오는데 경사가 장난이 아닙니다. 직벽에 가까운 산비탈에 직젝zigzag으로 난 오솔길을 오르자니 고소공포증으로 식은땀에 다리가 후들 거리네요. 위에서 돌이 굴러 떨어질까 걱정도 돼고.
어떤 구간은 진짜 발 한번 잘 못 디뎠다가는 바로 요단강 건너겠더라구요.
뒤에서 로변철씨가 칭찬인지 놀림인지 알쏭달쏭한 말을 합니다.
"갱년기 호르몬이 바뀌어서인가 (남성화?) 당신 오늘 벼랑길도 무서워 않고 제법 잘타네..."
헉헉거리며 간신히 꼭대기에 다 올라가서 "야호! 정상이다" 하는데,
어라 이게 뭐지요, 발밑으로 깊은 골짜기 너머 건너편에 아주 쬐끔(한뼘 정도) 더 키가 큰 산이 우릴 깔아보며 서 있네요.
아니 그럼 이게 젤 높은 산이 아닌거야?!
실망하고 있는데 옆에서 등반대장님이 하시는 말씀.
"그래서 이 산 이름이 Mt.Disappointment라네요. "
아, 그랬구나. 말이되네.
하산후 등반대장님 밴에 묻어타고 LA코리아타운으로 뒷풀이까지 따라 갔다가 귀가하니 밤 11시가 다되가네요. 둘다 파김치가 되었지만 아주 '만족'스러웠던 '실망'산 하이킹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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