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8월 15일 금요일

만족스러웠던 실망산(Mt.Disappointment)등산



작년 가을부터 로변철씨와 같이 동양사상을 공부하는 분들과 LA근교로 등산을 갔습니다.


한라산 높이 정도라는 마운틴 디스어포인먼트. 가이드북에는 '중급'으로 나오는데 경사가 장난이 아닙니다. 직벽에  가까운 산비탈에 직젝zigzag으로 난 오솔길을 오르자니 고소공포증으로 식은땀에 다리가 후들 거리네요. 위에서 돌이 굴러 떨어질까 걱정도 돼고.  



어떤 구간은 진짜 발 한번 잘 못 디뎠다가는 바로 요단강 건너겠더라구요.



뒤에서 로변철씨가 칭찬인지 놀림인지 알쏭달쏭한 말을 합니다. 
"갱년기 호르몬이 바뀌어서인가 (남성화?) 당신 오늘 벼랑길도 무서워 않고 제법 잘타네..."

헉헉거리며 간신히 꼭대기에 다 올라가서 "야호! 정상이다" 하는데, 
어라 이게 뭐지요,  발밑으로 깊은 골짜기 너머 건너편에 아주 쬐끔(한뼘 정도) 더 키가 큰 산이 우릴 깔아보며 서 있네요.



아니 그럼 이게 젤 높은 산이 아닌거야?!  

실망하고 있는데 옆에서 등반대장님이 하시는 말씀.

"그래서 이 산 이름이 Mt.Disappointment라네요. "

아, 그랬구나. 말이되네.



하지만 좋은 분들과 정담을 나누며 모처럼 땀을 한바탕 흘리고 나서 정상에 선 기분은 날아갈 듯 좋았습니다.

하산후 등반대장님 밴에 묻어타고 LA코리아타운으로 뒷풀이까지 따라 갔다가 귀가하니 밤 11시가 다되가네요. 둘다 파김치가 되었지만 아주 '만족'스러웠던 '실망'산 하이킹이었습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