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7월 26일 토요일

바다로 간 산악회




작년 가을부터 연을 맺어온 등산회분들과 이번에는 해변으로 갔습니다.  
정박 중인 세이프하버에서 20분 거리의 헌팅턴비치.  



태평양이 지척이지만 1시간 내외 거리에 높은 산과 깊은 골짜기가 많은 써던 캘리포니아.  산이면 산, 바다면 바다, 그때 그때 무드에 따라 맘대로 선택이 가능하니 얼마나 좋은지요.  

산도 바다도 없는, 그냥 끝간데 없는 허허벌판에 이십년 가까이 살아온 우리에겐  등반대의 해변 피크닉이 마냥 부러웠습니다.     

2014년 7월 23일 수요일

오오오오...오렌지!

늘은 렌지카운티 렌지시에서 렌지 따는 지랍 넓은 십대 렌지족 이야기입니다.




오늘도 저녁 먹고 오렌지를 찾아 나섭니다. 룰루랄라 석양의 무법자처럼 장총을 한자루 들고....
어깨에 걸친 건 코스코 장바구니 가방. 오늘 이걸 꽉 채울 참입니다. 


어느 나무가 잘 익었나....아, 찾았습니다. 

네이블, 발렌시아, 블러드, 미깡(귤)....중에 요즘은 발렌시아가 제철이라고 하네요. 
-장총든 우릴보고 지나던 어떤 캘리포니안이 다가와 귀뜸해 주더군요. 




억지로 끌려온 로변철씨지만  불평없이 열심히 도와줍니다.  
장대 끝에는 럭비공 모양의 바구니처럼 생긴 갈쿠리가 달려 있어요. 그냥 오렌지를 넣고 살짝 잡아 채면 바구니 속으로 툭 들어가지요. 숙련된 조교는 어떤 땐 한번에 세개도 땁니다. 
우리 바로 이웃에 스위스에서 먼길을 온 캠퍼 가족이 있었습니다. 
여기서 5분 거리에 있는 디즈니랜드 구경 차 왔다네요. 머무는 동안  
아침 저녁으로 온가족이 혈안이 되어 오렌지 따느라 바쁘더군요. 
 보니까 아침은 온식구들 둘러 앉아 오렌지로 떼우는데 피크닉테이블에 껍질이 산처럼 쌓이더라구요.  알고보니 산속나라 스위스는 오렌지가 엄청 비싸 다네요. 게다가 이렇게 싱싱하고 달지도 않데요. 해서 그들에게 오렌지는 엄청나게 비싸고 귀한 과일이었던 겁니다. 

우리 어려서 한국에서 바나나가 그랬었죠. 요즘 세대는 웃겠지만 어디 갈때 최고 선물이었던.  

그러고보니 신나서 오렌지따러 다니는 사람들은 대부분 타지인들이네요. 우리처럼 추운 북쪽에서 온 컨츄리사이드범킨 countryside bumpkins들 아니면 중북부유럽에서 온 구라파여행자들....

아마 캘리포니아 사람들 눈엔 장대들고 설치는 우리가 좀 우습게 보일 듯도 합니다. 사방에 넘치고 발에 채는 오렌지를 뭐 저리 힘들게 따러 다니나하고...


위 사진은 능숙한 솜씨의 2인조 며느리와 시어머니팀...
이 분들은 순식간에 박스로 몇개를 땁니다. 쥬스를 만들려고 한다네요. 흠, 이걸로 진짜 올개닉 쥬스를 만들어 모토홈에 싣고 북쪽지방에 가져다 팔면 밥은 안 굶겠다...는 생각이 자전거타다 말고 뇌리를 강타하는 중. 



오는 길에 라임나무도 있어 그것도 몇개...

처음엔 역시 잘사는 캘리라 인심 좋다고 생각했는데 며칠 살며 가만 보니 감사할 건 우리가 아니고 캠프장 주인이네요. 나무마다 열매들이 익어 사방에 떨어져 바닥에서 뭉게지고 썩고... 벌레도 끼고...
매일 청소하는게 보통 일 아니겠더라구요. 



캠프장 오피스옆에 친절하게 과일나무지도가 있어요. 어디에 무슨 열매 나무가 있는지 한 눈에 볼 수 있게. 장비도 거저 빌려주고. 완전히 "제발 좀 따가 주시면 대단히 감사하겠습니다~" 더라구요.  


근데 이게 뭐야,  낑낑대며 한 광주리따서 들고오니 바로 우리집 앞에도 잔뜩 열렸네요! 
이건 뭐 장대도 필요없이 그냥 지푸차 위에 올라가 손으로 걷으면 될 껄.... 

남이야 나를 어떻게 보건 간에

오렌지시의 오렌지랜드파크에 닻을 내린지도 오늘로 어느새 3주째 접어 드네요.  




이렇게 캘리포니아의 따사로운 태양에 취해 하니문을 즐기다보니 몽롱한 상태로 몇달 아니 몇년도 순식간에 흘러 가는거 아닐까 문득 섬뜩한 기분이 듭니다. 아닌게 아니라 이읏 트레일러에 제이슨 터너란 분은 무려 13년을 이곳에 살고 있는 중이라 합니다. 13개월이 아니라 13년을....

육십이 가까우신 이 분, 겉보기엔 속칭 트레일러 트레쉬trailer trash의 전형 맞습니다. 그런데 왠걸,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현재도 보잉사 엔지니어로 근무 중이며 대학에선 해양공학/엔지니어링을 전공했다네요. 다만 혼자인데다가 집관리가 귀찮아서 그냥 이렇게 미니멀리스트의 삶을 산다고 합니다. 다 낡은 트레일러에서 돈도 절약되고 편해서 그냥 그렇게 살다보니 어언 13년 세월이 흘렀다네요. 

남을 의식하고 또 의식해야만 하는 한국사회라면 좀 힘든 일이겠지요.  
또한 집을 투자로 연결시켜 늘 재테크에 머리를 써야 똑똑한 걸로 아는 우리. 하지만 터너씨에게 집구석이란 그저 나무늘보처럼 두다리 쭉 뻗고 누워 아무 생각없이 오수를 즐길 수 있게 비바람 찬이슬만 막아주면 되는 그런 공간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던 겁니다. 

과연 누가 더 현명한 삶을 사는 걸까....생각해 봅니다.  

대신에 터너씨네 집에는 자전거, 스쿠터, 모토사이클, 승용차....바퀴 달린 장난감은 다 있더군요.  여행을 좋아해 전국에 타임쉐어를 여러개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근데, 터너씨와 대화 중 쿡하고 웃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우리 로변철씨처럼 이 분도 자기 집(트레일러)을 "잠수함 submarine"이라 부르기에....

2014년 7월 15일 화요일

환상의 자전거 트레일



환상의 하프문베이 해안을 자전거로 달립니다. 둘이 나란히...


휴가철임에도 인적이 드물더라구요.  
사진을 부탁할만한 사람이 없어서 독사진만...


     
                                      귓볼을 어루만지는 포근한 바람 



                                 살갗을 간지럽히는 따사로운 햇살


                                      부서지는 파도의 반주에 맞춘 


갈매기의 노래. 

그날 우리에겐 무릉도원이 따로 없었다는... 


        올해 상반기 여정 중  '한없이 머물고 싶었던 곳 베스트10" 중 한곳으로 선정합니다. 


  
 하프문베이 해변의 필라포인트 캠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