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7월 23일 수요일

남이야 나를 어떻게 보건 간에

오렌지시의 오렌지랜드파크에 닻을 내린지도 오늘로 어느새 3주째 접어 드네요.  




이렇게 캘리포니아의 따사로운 태양에 취해 하니문을 즐기다보니 몽롱한 상태로 몇달 아니 몇년도 순식간에 흘러 가는거 아닐까 문득 섬뜩한 기분이 듭니다. 아닌게 아니라 이읏 트레일러에 제이슨 터너란 분은 무려 13년을 이곳에 살고 있는 중이라 합니다. 13개월이 아니라 13년을....

육십이 가까우신 이 분, 겉보기엔 속칭 트레일러 트레쉬trailer trash의 전형 맞습니다. 그런데 왠걸,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현재도 보잉사 엔지니어로 근무 중이며 대학에선 해양공학/엔지니어링을 전공했다네요. 다만 혼자인데다가 집관리가 귀찮아서 그냥 이렇게 미니멀리스트의 삶을 산다고 합니다. 다 낡은 트레일러에서 돈도 절약되고 편해서 그냥 그렇게 살다보니 어언 13년 세월이 흘렀다네요. 

남을 의식하고 또 의식해야만 하는 한국사회라면 좀 힘든 일이겠지요.  
또한 집을 투자로 연결시켜 늘 재테크에 머리를 써야 똑똑한 걸로 아는 우리. 하지만 터너씨에게 집구석이란 그저 나무늘보처럼 두다리 쭉 뻗고 누워 아무 생각없이 오수를 즐길 수 있게 비바람 찬이슬만 막아주면 되는 그런 공간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던 겁니다. 

과연 누가 더 현명한 삶을 사는 걸까....생각해 봅니다.  

대신에 터너씨네 집에는 자전거, 스쿠터, 모토사이클, 승용차....바퀴 달린 장난감은 다 있더군요.  여행을 좋아해 전국에 타임쉐어를 여러개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근데, 터너씨와 대화 중 쿡하고 웃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우리 로변철씨처럼 이 분도 자기 집(트레일러)을 "잠수함 submarine"이라 부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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