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7월 23일 수요일

오오오오...오렌지!

늘은 렌지카운티 렌지시에서 렌지 따는 지랍 넓은 십대 렌지족 이야기입니다.




오늘도 저녁 먹고 오렌지를 찾아 나섭니다. 룰루랄라 석양의 무법자처럼 장총을 한자루 들고....
어깨에 걸친 건 코스코 장바구니 가방. 오늘 이걸 꽉 채울 참입니다. 


어느 나무가 잘 익었나....아, 찾았습니다. 

네이블, 발렌시아, 블러드, 미깡(귤)....중에 요즘은 발렌시아가 제철이라고 하네요. 
-장총든 우릴보고 지나던 어떤 캘리포니안이 다가와 귀뜸해 주더군요. 




억지로 끌려온 로변철씨지만  불평없이 열심히 도와줍니다.  
장대 끝에는 럭비공 모양의 바구니처럼 생긴 갈쿠리가 달려 있어요. 그냥 오렌지를 넣고 살짝 잡아 채면 바구니 속으로 툭 들어가지요. 숙련된 조교는 어떤 땐 한번에 세개도 땁니다. 
우리 바로 이웃에 스위스에서 먼길을 온 캠퍼 가족이 있었습니다. 
여기서 5분 거리에 있는 디즈니랜드 구경 차 왔다네요. 머무는 동안  
아침 저녁으로 온가족이 혈안이 되어 오렌지 따느라 바쁘더군요. 
 보니까 아침은 온식구들 둘러 앉아 오렌지로 떼우는데 피크닉테이블에 껍질이 산처럼 쌓이더라구요.  알고보니 산속나라 스위스는 오렌지가 엄청 비싸 다네요. 게다가 이렇게 싱싱하고 달지도 않데요. 해서 그들에게 오렌지는 엄청나게 비싸고 귀한 과일이었던 겁니다. 

우리 어려서 한국에서 바나나가 그랬었죠. 요즘 세대는 웃겠지만 어디 갈때 최고 선물이었던.  

그러고보니 신나서 오렌지따러 다니는 사람들은 대부분 타지인들이네요. 우리처럼 추운 북쪽에서 온 컨츄리사이드범킨 countryside bumpkins들 아니면 중북부유럽에서 온 구라파여행자들....

아마 캘리포니아 사람들 눈엔 장대들고 설치는 우리가 좀 우습게 보일 듯도 합니다. 사방에 넘치고 발에 채는 오렌지를 뭐 저리 힘들게 따러 다니나하고...


위 사진은 능숙한 솜씨의 2인조 며느리와 시어머니팀...
이 분들은 순식간에 박스로 몇개를 땁니다. 쥬스를 만들려고 한다네요. 흠, 이걸로 진짜 올개닉 쥬스를 만들어 모토홈에 싣고 북쪽지방에 가져다 팔면 밥은 안 굶겠다...는 생각이 자전거타다 말고 뇌리를 강타하는 중. 



오는 길에 라임나무도 있어 그것도 몇개...

처음엔 역시 잘사는 캘리라 인심 좋다고 생각했는데 며칠 살며 가만 보니 감사할 건 우리가 아니고 캠프장 주인이네요. 나무마다 열매들이 익어 사방에 떨어져 바닥에서 뭉게지고 썩고... 벌레도 끼고...
매일 청소하는게 보통 일 아니겠더라구요. 



캠프장 오피스옆에 친절하게 과일나무지도가 있어요. 어디에 무슨 열매 나무가 있는지 한 눈에 볼 수 있게. 장비도 거저 빌려주고. 완전히 "제발 좀 따가 주시면 대단히 감사하겠습니다~" 더라구요.  


근데 이게 뭐야,  낑낑대며 한 광주리따서 들고오니 바로 우리집 앞에도 잔뜩 열렸네요! 
이건 뭐 장대도 필요없이 그냥 지푸차 위에 올라가 손으로 걷으면 될 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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