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9월 18일 일요일

빈티지카 클럽의 도인들

토요일 아침. 덴버 서쪽 변두리의 평범한 중산층 주택가를 지나가다 우연히 멈춘 곳. 주말을 맞아 이탈리안계 이민자들의  컬렉터블카 동호회 모임이 길모퉁이 공터에서 열리고 있었습니다. 뭐 대단한 이벤트는 아니고 이십여대 정도 모인 조촐한 밋업...


새삼스런 이야기지만 1920년대-30년대 벌써 이런 엔진들을 만들었다는게 놀랍습니다. 


저렇게 광택을 내려면 얼마나 드립다 문질렀을까 


그리고 취미로 이런 앤틱카들을 수집해 틈틈이 고치고 광내며 대대손손 타고 다니는 매니아들...그 여유가 부럽고 존경스럽네요. 



한국에서도 이제 물질이 해결되니 사방에 유유자적, 호연지기의 삶, 느림의 미학을 말하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집니다. 좋은 현상입니다. 
헌데 말로만 그러면 뭐하나요. 그 속을 들여다 보면....여전히 계산기 뚜드리며 정신없이 뛰는 인생들이 대부분입니다. 노는데 조차 남과 비교에 바쁘고. 

방송출판 속에 독선과 자기착각에 빠진 도사, 선생, 목사, 승려들은 요즘 또 왜그리 많은지요.  입만 열면 아는척 고담준론으로 남을 가르치려 들지만 정작 자기 속 일곱살 어린아이수준의 탐진치 조차 별로 통제기미가 안보이는 회칠한 무덤같은 인생들...(그러고보니 자칭 개똥변철학자 변철옵하, 사돈 남말이 됩니다만) 

지천명을 넘기니 첫인상 첫마디에 대충 알아봅니다. 지난주에도 한사람 만났는데 바로 도망갈 궁리부터 하게 되더군요. 
 

그런가하면 미국 뒷골목을 오가는 노숙의 일상 속에서 말없고 티내지 않는 진정한 오타쿠스승들을 심심찮게 봅니다. 

소처럼 묵묵히 자기 마음의 밭을 갈며 사는 이들. 위대한 행동가는 구구절절 설명을 불요합니다. 실천보다 우렁찬 웅변이 있을까요?


특히 호구지책의 본업이외 여가시간을 활용해 어떤 한가지 일이나 취미에 몰입해 평생 즐기는 가운데 그 분야에 일가를 이룬 분들을 저는 좋아합니다. 평범속에 비범을 감춘 그들을 존경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남에게 누만 안된다면 몰입의 대상이 어떤 것이건, 무엇이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요. 누가 뭐라건 타자가 들이대는 잣대에는 신경 끄고 사는 이들. 그저 무소의 뿔처럼 앞만보고 나아가는, 들러리 아닌 주인공의 삶. 

그런 사람들이야말로 진정한 철인, 도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지혼자 잘란 엉터리 선생들도 많지만 사실 일상속의 이런 진짜 스승, 진정한 도인들도 잘보면 우리 주변에 사방 널려 있습니다. 

요즘 아침 산책로 배스레익에서 매일 만나는 할아버지. 챙모자도 바구니도 없이 달랑 낚시대 하나. 잡으려는건 물고기가 아니었습니다. 매일 정해진 시간, 같은 장소에서 잃어버린 세월을 낚고 계십니다.

소풍나온 어린아이처럼 천진난만한 빈티지 올드카 클럽의 노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문득 견변철학자 로변철의 뇌리를 스치던 생각이 있었습니다. 무슨일이건 어떤 하나에 통달하면 전체 우주의 섭리를 보게된다-에그노스토피안 깨달음의 한구절-그 깊은 의미가 새삼스럽던 토요일 아침나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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