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3월 19일 목요일

아들을 지켜준 자전거를 팔고

결국 아들의  싸이클을 팔았습니다. 
작년에 통학용으로 쓰긴 적합하지 않고 또 비행기에 실고 가기도 뭐해서 여행을 마친 후 우리에게 떠맡기고 간 자전거입니다. 로변철씨는 평생 간직하고 싶어 했지요.  나중에 손자에게 물려 주자고, 캐나다에서 멕시코까지  자전거 대륙종단에서 우리 아들의 목숨을 지켜준 , 가족사에 남을 대장정의 기념물 아니냐고.
 4번이나 펑크가났었다고 
함께 달렸던 친구들과   







하지만 떠돌이 집시생활에 보관이 문제였습니다. 
폴딩 2대와 텐덤까지 자전거가 어쩌다 보니 네대.  자전거포 차릴 것도 아니고....

모토홈 뒤 히치 랙에 얹어 커버을 잘 씌워 두었지만 비오시는 날 운행시, 또  새벽에 습기로 인해 결국 녹도 슬거 같고. 
남편이 가끔 탄다지만 지난 6개월 동안 손가락 꼽을 정도....주로 텐덤바이크를 타느라고. 

결국 며칠전 크레익스에 리스팅을 했더니 바로 캠핑장 근처 사는 여자가 대학생 자녀에게 선물로 준다며 사갔습니다. (엄청난 집에 사는 부자인데 어찌나 꼼꼼히 살펴보고 타보고 하던지...선물용이라면서 절약하려고 새 것을 안사고 중고를 사가는 모습에 감탄...)


길 위의 노숙생활을 시작하며 처분해 버린 모든 살림살이, 다른 물건들은 하나도 아쉬운게 없습니다. 그러나 오래 소장했던 남편의 책들과 특히 아이들이나 가족의 평생 추억이 담긴 기념될 물건들을 보관 할 수 없다는 게 안타깝네요. 훌타임 알브이어들의 '집없는 설움' 중 하나입니다.   





2015년 3월 18일 수요일

요즘 출근 중인 백만불짜리 오피쓰

아무래도 모바일오피쓰는 인터넷 접속이 불안정하네요. 홈리스라 모든 업무를 온라인으로 해결해야 하는데 말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동 중 각 지역의 도서관(동굴)을 자주 이용하지요. 

여기가 요즘 거의 매일 출퇴근하다시피하고 있는 우리의 오피스 건물입니다.

로변철씨가 놀이터 또는 케이브라고 부르는 곳이지요. 
요즘 우리가 전세낸 창가 자리. 야자수 사이로 수평선이 보입니다. 

점심 샌드위치 먹으며 테라스에서 바라보는 양지바른 뒷뜰 전경. 



시설도 럭셔리지만 태평양이 지척, 주변이 황송할 정도로 아름답고도 쾌적합니다.  



멋진 풍광 때문인지 정원에는 가끔 모델을 데리고 작품사진을 찍는 사진작가들도 보입니다. 




테라스와 이어지는 산책로에는 
 
잘 관리된 조경 속에
 

 다양한 조각/예술작품들이 곳곳에 숨겨져 있구요.  

그 길 끝에는 이런 '서프라이스'도 있습니다.   



여기서 태평양을 굽어보며 요가/스트레칭 하는 기분....말로 표현 못합니다.  

공부하다 나와 잠시 바다를 바라보며 머리 한번씩 식히기엔 최고... 

주중엔 늘 한가해서 또한 그만이구요. 



여기서 스트레칭 하는 기분... 삼삼합니다. 




현재 우리가 정박 중인 세이프하버 NPD에서 자전거로 15분. 
차로 2분 3초. 

이런 멋진 환경 속의 오피쓰, 
아마 월세 만불내고 쓰라 해도 비싸다 할 수 없을 것 같은데... 


수만권의 장서와 자료들, 초고속인터넷, 전기, 실내주차, 냉난방, 경호원(세큐리티가드) 포함....
오자마자 열람증도 만들었고 매일 공짜로 이용 중입니다. 얼마나 감사한지요.   

* 우린 어디까지나 방문객이고 이 도시 시민이 아닙니다. 그런데 RV Park요금에 시티텍스가 포함되어 있으니 엄밀히 말해 공짜는 아니네요. 당당히 우리도 이용권한 있습니다*

2015년 3월 1일 일요일

맛이 간건 베니스와 맬로즈가 아니고...

베니스 비치, 멜로즈 스트릿
Venice Beach, Melrose Street 

90년대초,  처음 미국(캘리포니아)왔을때 아마도 가장 인상적인 거리 중 하나였던 기억입니다. 아, 이런 동네도 있었네...  

지금도 그렇지요. LA관광-하면 누구에게나 약방의 감초같이 빠트릴 수 없는 곳들이지요. 올해 캘리포니아 방문 중에도 오며가며 몇번을 들렸네요. 남편과 단둘이, 아이들 왔을때 그리고 지인들과...

전보다 더 많이 상업화된 듯도 하고 어느 구간은 더 어수선 복잡해진 듯 합니다. 그러나 총체적으로는 어딘가 김이 좀 빠진듯도 하고...

비싼 주차비 물고 한두시간 걷다 오는데 어쩐지 감흥이 별로 없습니다.  
그저 LA 변두리 산책로를 걷듯 밋밋한 기분으로 왔다리 갔다리... 

이상합니다. 그렇다고 20~30년 전에 비해 이 거리들이 딱히 달라진 것도 없는 데 말입니다. 

로변철씨도 같은 기분인 모양입니다.  신나는 록밴드의 하드락 즉흥 콘서트도 젊은 히피들의 발랄한 노변 퍼포먼쓰에도 심드렁한 표정... 그저 개 닭보듯....묵묵히 앞만 보고 걷네요. 

이건 뭐지? 왜 일까?  

그러다 누가 먼저 랄 것도 없이, 둘이 같이 동시에 답이 떠올랐습니다. 
  
'맛이 간건 베니스와 멜로즈가 아냐....우리야!'

조금은 서글프기도 하네요. 
육신의 노화보다 더 무서운건 젊은 날의 열정들이 하나씩 하나씩 식어가는 거란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