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9월 21일 일요일

각종 기일을 무시하고 사는 남편


날짜가 좀 뒤죽박죽입니다. 
저의 오십세 생일에 쓴 두개의 잡문은 저 아래 9월 12일자에 저장해 둡니다.                                  

아이들이 지난주 멀리서 생일선물과 카드를 보내 왔습니다. 
매년 그렇듯 둘이 마음과 돈을 모아서...  

남편으로부터는? 역시나 별거 없네요.                                              

우리 남편 로변철씨. 살아가는데 있어서 스스로 정한 이상한 방침과 특이한 룰rule이 많습니다. 청개구리 처럼 남들 다하는데 혼자 안하거나 다 안하는데 혼자만 하는 거지요.남들 하는대로 대충 따라가면 될 일을…

그나마 다른사람에게까지 강요는 않으니 다행입니다만. 

그 중에 하나가 기일들을 안지킨다는 겁니다. 즉 누구건 간에 주변사람들 생일이나 기타 이런저런 기념일에 무심합니다. 그런 날을 기억은 하겠답니다. 그러나 이벤트,선물 등으로 기념/축하하는 일 따위는 하지 않겠노라, 하려면 너희들끼리 해라라고 공식적으로 주변에 표방하고 있습니다. 물론 자기생일도 포함입니다. 

유일하게 우리 결혼기념일만은 그래도 지킨다고 합니다. 그런데 지난 30년을 돌아보면 이 역시 시원치 않았습니다. 늘 그날 닥쳐 급하게 대충 생색만 내고 떼우는 식. 

                 아이들이 지난주 훼덱스로 보내준 생일 선물과 스카프를 두르고...

조금은 '손발이 오글'거리는 내용이지만 아들의 엽서에 감동먹고...코 끝이 찡해옵니다.  
남편 말은 서로가 평소에 잘하면 된다나요. 기일을 정해 놓으면 생색, 의무가 되어버리고 상호 부담을 주거나 오해,섭섭함을 낳는 경우가 많이 생긴다는 겁니다. 정함 없이 아무때고, 자발로 애정과 진심이 우러나올때 선물도 사주고 만남/파티를 갖는게 합리적이란 논리입니다. (아, 또 Mars에서 오신 종족들의 그 ‘합리’타령...)

다만 모든 룰에는 예외가 있다며 아이들 어려서는 늘 생일을 남부럽지 않게 친구들 수십명씩 불러 상다리 휘게 챙겨 주었습니다. 다만 18세 이후에는 절대 없을거라고 미리 조기세뇌를 해 놓았지요. 이후 실행 중이고 아이들은 아빠의 뜻을 이해/동조합니다.  

하지만 저는 아무래도 그런 날을 그냥 무심히 넘기면 좀 섭섭합니다. 해서 어차피 사줄 랩탑, 카메라나 악기등을 기왕이면 애들 생일즈음에 맞춰 B-day카드와 함께 사주었지요. 결국 애들에겐 생일선물을 계속 이어 온 셈입니다.    

*** 오해마시기를. 이 글을 남편에게 선물을 못받아 삐치거나 열받아서 쓰는 건 아닙니다. 사실 저 역시 부담스럽고 어느 정도 남편과 비슷한 생각이지요. 그렇다고 열심히 기일을 챙기는 것을 비평하는 건 더욱 아니구요.  각자 자기 생각대로 해나가면 되는 문제란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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