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6월 1일 일요일

외롭지 않았던 나홀로 산책길

포틀랜드 북쪽의 허름한 도시 캔톤.
남편은 할일이 있다하여 모처럼 낯선 거리에 홀로 산책을 나섰습니다.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천천히 다운타운을 걷고 있었지요.

 봄꽃이 만발한 노변카페가 있는 어느 건물 귀퉁이였습니다.

한 모녀가 다정히 앉아 소꼽장난 같은 런치를 즐기고 있는데....


그 모습이 마치 동화 속의 한 장면 같았습니다. 

사진에는 제대로 안나왔지만 유러피안풍의 주변 분위기 속에 
아이도 너무 예뻤고 여인도 매력적이고.....

처음엔 차려논 음식조차 
데코레이션의 일부인가 착각했을 정도로 완벽한 그림 그 자체였지요.  

그들과 눈이 마주쳤을때 나도 모르게 덕담이 튀어 나오더군요.  
  
정말 밖에서 런치하기엔 너무 좋은 날씨지요? 
어쩌면 그렇게 식탁을 예쁘게 차렸나요.... 

그랬더니 뜻밖에 여인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는 너무나 환하고 
반가운 얼굴로 화답을 해오는 겁니다. 마치 오랜시간 앉아서 
내가 오기만을 기다렸다는 듯이 ...

오우, 고마워요. 여행자 같은데 혼자시면 앉아서 차 한잔 하고 가세요. 



그래서 시작된 수다가 한시간....

스잔이란 이름의 여인은 그 건물에 있는 작은 와인카페 주인이더군요.
남편은 프랑스인으로 둘다 와인에 심취해 취미반 와인샵을 차렸다고 하네요.
일요일이라 가게는 문을 닫았지만  자기 집이 가까우니 와인이 마시고 싶으면
저녁에 남편과 함께 오랍니다.



스잔 모녀와 헤어져 길 건너편으로 가니
뱀브를 소재로한 독특한 디자인의 가게들이 있었습니다.
역시 셀카의 한계...사진에는 별 대단치 않게 나왔지만 실제는 상당히 멋졌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우연히 헌옷기부센터에서 이야기를 나눴던 또 한사람의 캔톤주민. 

우리 아들의 캐나다-멕시코 자전거 모험여행 이야기에 큰 관심을 보인 분입니다.  


이분 알고보니 이 지역에서 자전거관련 단체와 라이딩클럽을 운영하는 분이셨습니다.  재미있는건 바로 어젯밤 티브이뉴스에도 나왔던 나체로 자전거 타는 행사를 미국에서 주관한 최초의 장본인이 바로 자신이라며 그 진정한 의미에 대해 장황한 설명을 합니다. 일반의 오해와는 달리 퇴폐적인 행사가 아니고 라이더들을 위한 안전운전 촉구등의 깊은 뜻(?)이 담겨 있다는....

그분이 만들었다는 웹사이트를 들어가보니 생각보다 규모도 크고 아닌게 아니라 뜻도 심오합니다. 그냥 짖궂은 장난정도로 우습게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잠시잠깐 돌아본 
전형적인 미국 변방의 평범하다 못해 지루한 캔톤 다운타운.... 

하지만 나그네를 마치 오랜 친구처럼 대하는 훈훈한 인심들로 인해 
전혀 스트레인져란 느낌이 안들었던 그런 편안한 산책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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