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래꿈을 물으면 보통은 의사, 변호사, 프로그래머...하는 식이지요.그런데 우리 딸애는 약간 좀 달랐습니다. 어려서부터 장래 꿈을 물으면 너무나 구체적이고 확고한 겁니다.
"저개발국의 버려진 어린이들을 도울거야. 근데 단순한 물질적 원조보다는 교육과 정치제도 개혁을 돕는 방법으로!"
중1짜리 쪼그만 입에서 나온 소리라고 하기엔 너무 어른스런 말이라 그땐 그냥 웃고 넘겼지요. 어디서 줏어듣고 겉멋에 따라하는 소리려니.
물론 앞으로 어떤 생각과 진로의 변화가 있을 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적어도 아직까지는 학교와 전공 선택부터 초지일관 흔들림이 없었습니다.
그러고보면 전공과목이외에 수강과목들도 모두 교육제도 개혁등에 관한 겁니다.
클럽활동도 아프리카음악연주팀에서 합니다. 학교에서 알선한 학비보조를 위한 파트타임 일도 동남아 저소득층 이민자녀 지원프로그램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이고.
매년 방학 중에는 주로 저개발국가관련 프로그램, 각종 NGO 단체 등만 골라서 다닙니다. 지난 한학기는 예방주사를 대여섯가지나 맞고 아프리카 세네갈에서 교육개혁관련 리서치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도 했구요.
현재 5명의 친구들과 학교 앞에 오래된 싱글훼밀리하우스를 공동렌트해 살고 있습니다.
얼마전 우리부부를 저녁초대를 해줘서 만나보니 그 애들도 딸과 비슷한 성향, 생각을 가진 아이들이더군요.
딸과 자취집 친구들로 부터 스파게티 저녁대접을 받고 마냥 뿌듯한 로변철씨.
이들 다섯명의 친구들은 자취집도 청소,요리, 재정을 분담해 마치 무슨 조직이나 특수부대처럼 운영해 나가고 있더군요.

사막에서의 망중한, 딸아이(맨앞)와 친구들....
물론 아직도 이런저런 일로 부모 애를 태우기도 합니다. 우리눈엔 여전히 위태위태한 어린아기지요. 하지만 자기 일을 찾아 이렇게 정열적으로 추진해 나가는 또다른 딸의 모습을보노라면 대견스럽기만 합니다.
처음 멀리 대학 보내놓고 걱정으로 밤잠을 설친 게 어제 같은데....
소심한 부모의 불필요한 기우였음을 점점 깨닫고 있습니다.
그런데 근래 다른 학부모나 미국대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이런 현상이 비단 우리 딸과 그 친구들만이 아님을 느낍니다.
어쩌면 그렇게 특별할 것도 없는, 요즘 진취적인 미국 대학생들 간에
휴머니즘, 봉사활동...은 하나의 트렌드인 것 같다는 겁니다.
과거 불행했던 한국상황에서의 우리세대에겐 대학시절 반정부활동,
데모, 시위가 하나의 사회참여 방편이었지요.
그럴 필요가 없는 오늘날 미국의 대학생들은 대신 젊은 지성의
불타는 앙가즈망에의 욕구를 이렇게 건전한 방향으로 자연스레 표출하고
있는게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앞으로 이런 아이들이 자라서 떠맡아 리드해 갈
지구별의 희망찬 앞날을 머리속에 그려봅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