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 15일 월요일

반년만에 도터와 재회



 손꼽아 기다리던 오늘,  딸아이가 어미품으로 돌아 오는 날. 


내륙의 황야를 벗어나 공항으로.  빗길에 트래픽에, 하마터면 늦을 뻔... 


첫날밤 이야기 꽃을 잔뜩 피운 후, 



다음날은 종일 바닷가에서 


어려서 아장아장 걸으며 놀던 코로나델마 바닷가 모습은 
그대로 인데 꼬마 소녀는 이렇게 말만한 처녀가 되었네요. 

패션아일랜드에서 쇼핑도 하고... 


캘리포니아 석양이 그리웠다며 행복해하는 딸.   


                     해가 지도록 원없이 해변을 산책하며 쌓인 이야기를  쏟아 내는 중. 


다음주에 썬까지 오면 장장 6개월만에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집니다. 

2014년 12월 9일 화요일

심금을 울린 딸의 콘서트




(주의! 읽다가 딸자랑에 손 오그라들수 있음)


세상 참 좋아졌습니다. 무려 2천마일 떨어진 학교강당에서 열린 딸아이의 아프리칸뮤직 콘서트를 라이브 생방송으로, 저녁식탁에 앉아 랩탑 스크린으로 감상했네요.  

국제문제 변호사나 국가간 전문 커뮤니케이터로 교육을 마친 후 아프리카등 개발도상국을 지원하는 UN의 프로젝트에서 일하는 것이 중학교때부터의 일관된 목표인 우리 딸.  대도시의 유명대학에서 오라는 것을 마다하고 대학도 학과도 거기에 포커스를 맞추어 선택했었지요. 

대학에 들어가서도 그 많은 클럽활동 중 왜 하필 아프리칸 뮤직을 택했을까 우린 의아했지요. 오늘 유니크하면서도 환상적인 콘서트를 보고 나니 참으로 잘한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려운 나라의 실상을 더 깊이 이해하고 지원하기 위해 그 나라 문화도 배우겠다는 자세가 대견하기 그지없네요.   

래퍼토리는 지난 5월,  온가족이 직접 학교 오라토리엄을 방문해 들은 것과 크게 다르지는 않았지만 그 사이 실력이 다들 많이 늘은 것 같았습니다. 1시간 반 동안 우리부부는 마음의 심연을 울렁거리게 만드는 이국적 선율과 리듬 그리고 심금을 후벼파는 듯한 구슬픈,  그러나 힘찬 보칼의 감동에 완전히 젖어 들었지요.  

시니어 졸업반이라서인지 우리 딸이 유독 많은 노래를 불러서 콘서트의 주인공 노릇을 하는 것 같아  더욱 뿌듯했구요.

아, 이번 주말이면 드디어 이렇게 대견한 딸이 우리 품으로 옵니다. 무려 6개월만의  감격적 이산가족 상봉이 LA공항에서 있을 예정입니다.  


첫 항해


어제 산 카약, 과연 물에 잘 뜰려나...걱정도 팔자라지만 어쩐지 걱정이 되더라는...

우리 바퀴달린 집에서 바다까지는 불과 150미터 남짓.  그런데 둘이 들고 가자니 보기보다 어찌나 무거운지...어깨 빠지는 줄 알았네요.

드디어 진수식! 처음 승선하는 역사적 순간입니다.  물이 빠진 시간이라 밑바닥은 개뻘.
으쌰, 으쌰...어깨 운동 좀 하고...

근데 어떻게 타야 잘 탔단 소리 들을까?


남편-걱정마 내가 꼭 잡고 있을께. 가운데 사뿐히 밟으면서 올라가.







와우,  이거 진짜 빠르다! 
잔잔한 베이를 벗어나 좀 더 멀리 파도치는 하버까지 가보자!  선셋보러...



남편- 안돼 너무 어두워 질텐데 첫날부터 무리하지 말자구....
서로 반대방향으로 노를 저으며 옥신각신하다 하마터면 조개껍질이 잔뜩붙은 교각을 박을 뻔....



육지에서 자전거 탈때와는 반대로 바다에서는 내가 파일럿, 남편은 스토커 포지션.
근데 파일럿 말을 안듣네요. 

앗, 그 순간,

어디서 나타났는지 빛의 속도로 우리 옆을 스쳐가는 뉴포트하버 하이스쿨 조정팀 학생들. 부모 잘만나서 쟤네들은 저러고 노는구나. 



우리를 위해 일렬 종대로 도열한 호화 요트도 구경하면서...

물 위에 띄워논 휘황찬란한  크리스마스 장식들.

좀 더 멀리 파도치는데까지 가고 싶었는데 겁장이 남편 때문에.....할수없이 뱃머리를 돌려라!

드디어 항구가 보인다! 내일은 날이 흐리다니 샌드위치 싸가지고 점심은 바다 한 가운데 둥둥 떠서 먹기로....

태평양은 이제 우리가 접수한다-카약구입


'LA to Seoul' ....태평양상공에 구름다리를 놓겠다는 뜬구름잡는 꿈을 가진 우리의 동키호테 남편. 연안탐사를 위해 뭔가 물에 뜨는게 필요하다나요. 주말에는 스포츠/레저용으로도 쓰고...거기다가 기왕 사는 거, 겨울방학을 맞아 아이들이 오면 사용 할 수 있도록 미리 사자고 서둘렀지요. 

그래서 하루 전날 텐덤 자전거를 산데 이어 금요일에는 카약(convertible tandem kayak)과 구명조끼등 부속장비를 샀습니다. 전 글에서 말한대로, 원래는 보관이나 이동문제가 있는 카누나 카약보다 캐리하기가 용이한 스텐드업패들보드를 두개 사려 했었지요. 그건 모토홈이나 FJ지프 루프탑에 묶어서 싣고 다닐 수 있으니까요. 우리 같은 전업여행생활자들에게는 기동성이 생명. 모토홈에 지프차를 견인하면서 자전거 4대에 또다시 보트까지 끌자면 이거 너무 복잡하지요. 

그런데 지난 금요일, 그 전날 구입한 텐덤자전거에 이어 우연히 인터넷에서 또다시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의 Kayak for sale 광고를 발견! -우리에겐 역시 크레이그스리스트가 보배네요- 갑자기 해외로 이사를 가게 된 어느 부부가 두세번 밖에 안 쓴 최신모델의  카약을 구입가의 3분의 1에 팔겠다는.... 올린지 몇시간 안지난 따끈따끈한 광고였습니다. 

중요한건 가격도 가격이나 인플랫터블이란 점에서 더 생각할 여지가 없었습니다. 즉 무장공비침투용 고무보트처럼 펌프로 공기를 빼서 접으면 가방하나에 다 들어가는 포터블! 카약도 그런게 있는지 미처 미처 몰랐네요. (자세한 스펙은 아래 광고전문 참조) 

하여 저녁도 먹는둥 마는 둥하고 고래구경으로 유명한 예서 20분거리의 데이나포인트로 바로 달려 갔습니다. 전화를 해보니 셀러가 벌써 여러 사람이 멀리 LA서 부터도 사러 오겠다고 하는데 자기로서는 먼저 온다는 사람에게 팔겠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중간에 오가며 얼바인에 사는, 귀국한다는 어떤 한국집에 가서 밥솥, 믹서기....등도 매입하는 등 백수 부부, 오늘 모처럼 좀 바빴습니다. 돈 버는것도 어렵지만 쓰는 것도 쉽지 않네요.   

가서보니 말이 중고지 카약은 상태가 완전 새 것과 다를바 없네요. 셀러는 꼭 페이스북의 주커버커 같이 생긴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독일 함부르크로 취업이 돼서 모든 세간살이를 급처분 중이라고 하더군요. 그가 땀을 뻘뻘 흘리며 그라지에서 사용법을 데몬스트레이션해 주는데 보니까 정말 튼실하게 잘도 만들어 졌더군요. 사람들 아이디어와 기술들이 참으로 대단합니다.

"주말에 하와이까지 노저서 갔다오자구..."
그때까지만 해도 공기 넣다뺏다하는 카약이 오죽할려구 의심하던 남편도 만족한 표정. 

카약과 패들, 라이프자켓 등 부속장비 만해도 좋은 딜이었는데 우리가 아리조나 사막생존 + BLM오지탐사를 위해 보조장비로 추가 매입하려던 여러가지 캠핑용품까지 모두 포함해 믿기 힘든 가격에 일괄 구매했습니다. 텐트, 코펠, 백팩 그리고 서바이벌킷트...등은 완전 거저 얻은 기분이네요.  

지난주 추가로 확보한 텐덤 자전거와 카약등의 장비구매 관련 스토리 그리고 저희 부부의 태평양연안 탐사이야기는 이 페이지 우측상단의 '도시의 잠수함' 이나 '태평양다리연구소'를 클릭하시면 더 보실 수 있습니다.  누가 읽거나 말거나 향후 열권의 책을 쓰고 죽을 거라는 우리 로변철씨가 여행 중 틈틈이 기록 중인 블로그들 중 하나지요.  

이제부터 장거리는 모토홈으로, 중거리는 FJ지프로, 단거리는 자전거/백팩도보로 그리고 바다와 강은 카약으로....대충 필수 이동장비는 갖춘 셈입니다. 길위의 인생- 신인류 로변철(재이)군과 로상희(경이)양의 날마다 하니문, 아닌 어드벤쳐 탐사여행이 곧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많은 성원을....




2014년 12월 8일 월요일

그를 쫓는 스토커가 되어보니


그냥하는 소리인줄 알았는데 로변철씨가 정말로 질렀습니다. 
2인승 텐덤 바이크!

트레일에서 백인커플들이 타는 걸 자주 보긴 하지만(중서부에서는 거의 보질 못하는데 남가주 OC바닷가에는 많더군요)  어쩐지 좀 우스꽝스럽게 보이기도 하고 생소하기만 하던 텐덤 바이크.  우리가 타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그냥 쌀자루라 생각하고 뒤에 앉아 있으면 돼" 

로변철씨가 말했지만 처음 뒷자리에 타려니 좀 겁이 나더군요. 영 불안했습니다. 그래서 잠깐 기다려요 하고는 얼른 유튜브로 타는 법을 찾아보았네요. 

미국사람들은 앞에 타는 사람을 파일럿, 뒤에 타는 사람을 스토커라고 재미나게 부르더군요. 스토킹을 당해 본 적은 있지만 스토커가 돼 보기는 처음이네요. 

그런데 막상 타보니 뭐야, 별거 아니잖아, 그리고 왠걸, 이렇게 편하고 재미날 수가. 일단 운전 걱정없고 또  같이 돌리다 힘들면 발은 그냥  페달 위에 얹어만 놓고 돌리는 폼만 잡아도 돼니... 좋네요.  달리면서 주변 경치 사진도 마음대로 찍을 수 있구요. 



텐덤은 발의 회전력은 2인분인데 공기저항은 1인분만 받으니 역학적으로 보통자전거에 비해 에너지 효율이 뛰어나다네요. 과연 일단 과속이 붙으니 스피드가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첫날 백베이를 한바퀴 도는 해변  바이크트레일 7마일을 혼자서라면 절대 불가능할 속도로 가뿐하게 한바퀴 룰루랄라 돌았네요. 그 속도로 1인승 보통 자전거를 탔으면 몸살이 났을텐데 별로 힘이 안들었구요. 파일럿 로변철씨도 그냥 혼자타는 정도였답니다.  

그런데 젊은오빠 로변철씨, 중간에 자전거 전용레인을 벗어나 일반차도 한복판으로 과감하게 진입하는 겁니다. 겁이 났습니다. 그러다 복잡한 4거리에 이르러 1차선 좌회전 신호 받은 자동차 물결 속으로 그냥 섞여 들면서 "Faster! faster! 전속력으로 페달 돌려!" 하는 겁니다. OMG, 눈 꼭감고 그냥 페달만 열나게 돌렸습니다. 자전거가 옆으로 누우면서 '빛의 속도로' 코너링을 할때 정말 심장이 쿵쿵 무서워 죽는 줄 알았습니다.



텐덤 바이크 뒷자리의 '쌀자루'가 바라본 세상-앞으로 블로그에 사진 많이 올리겠습니다. 

2014년 12월 4일 목요일

바다 위를 산책하는 법



얼마전 산책 중 백베이 구름다리 위에서 아이폰으로 찍은 동영상입니다.  

그저 바라만 보는 것 만으로도 좋은 태평양이지만 그래도 해변에 머무는 동안 뭔가 좀 더 바다를 즐길 수 있는 방안을 생각 중입니다.  

카누canoe는 들고 다니기 너무 무겁고 보관도 문제고. 카약kayak은 타보니 작아서 운반이나 보관에는 좋으나 엉덩이가 물에 젖어 아무래도 겨울시즌엔 좀...낚시는 살생인데다가 너무 정적이라선지 원래 우린별로였고...과거 남편과  스킨스쿠버다이빙을 조금 했었지만 장비도 많이 필요하고 그런거 다시 시도하긴 우리부부 연세가 이젠 좀...그렇겠지요?

하여 백베이에서 몇달 남들 노는거 관찰 만하다가 결국 생각하는게 스탠딩 패들보드(stand-up paddling board)를 타보자는 겁니다. 위 사진은 얼마전 산책 중 백베이 구름다리위에서 아이폰으로 찍은 동영상입니다. 천혜의 지형상 파도가 없이 호수처럼 잔잔한 백베이와 발보아 섬 주변 바다에서 운동 겸 타면서 해안경관을 느긋하게 즐기기에는 최고일 듯합니다. 

타는 법은? 법이고 뭐고 그냥 타면 되나 봅니다.  몸에 중심만 잘 잡으면...

스탠딩패들보드는 서핀보드보다는 크지만 여전히 가벼워서 SUV지붕에 간단히 싣고 다닐 수도 있고....

그런데 새 것 좋은 것은 가격이 만만치 않습니다. 무슨 판자데기에 금테를 두른 것도 아닌데 비싼건 하나에 2천-3천불....스테레오 음향장치는 왜 필요한지 원.....

하지만 몇년 쓴 중고를 잘 만사면 한 계절 잘 쓰고 떠날때 별 손해 안보고 되팔수 있다고 합니다. 
해서 크레익스리스트에서 뒤져야 할게 하나 더  생겼네요.  


약탕기


남편따라 인문학공부모임에 갔다가 그만 남의 집 귀한 약탕기의 유리뚜껑을 떨어뜨려 깨트렸습니다. 쌍화차가 보글보글 냄새좋게 끓고 있었는데 그걸 신나게 따라 마시려다가 그만. 

얼마나 당황스럽고 민망하던지요. 주인은 괜찮다고 하시지만 그냥 넘어갈 수가 없지요. 한국도 아닌 미국에서 약탕기는 쉽게 사기 힘든 귀한 물건일텐데....

한국이면 뚜껑만 구할 수 있는 것 같던데 여기선 힘들다네요. 결국 새로 하나 사드리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기왕이면 새로나온 전자식 신형으로 사려고 엘에이 코리아타운에 알아보니 아니 무슨 주전자 가격이 백몇십불이라니요.  

고민 끝에 혹시나 해서 한인주부들이 많이들 보신다는 중고사이트를 클릭하니 앗! 거짓말 처럼 "귀국으로 인해 거의 사용안한 신형약탕기를 반값에 판다"는 광고가 하나 있네요!  전화하니 이어지는 행운!  가까운 얼바인이라며  빗길에 배달까지 해주시네요.  이런 고마운 일이....이런걸 불행 중 다행이라 하나요?  

 아참, 또 하나의 행운. 우리도 뚜껑없는 약탕기 하나 거저(?)생기네요. 돈 아까워서 그 흔한 밥솥하나를  못바꾸고 망서렸는데 이런 기회아니라면 우리에게 어떻게 약탕기가 생기겠어요. 내친 김에 우리 남편 보약도  좀 사다가 끓여 주려고 합니다.  

그러고보니 새옹지마네요. 그날 저의 어처구니 없는 실수 덕에 우리 로변철씨 몸보신 좀 하게 생겼습니다.  


우리들의 작은 천국- 백베이




우리의 잠수함 아타보이호와 잠수정 FJ는 아직도 뉴포트비치둔스의 평화로운 백베이Back bay에 정박 중입니다. 

백베이는 태평양이 내륙으로 문어 머리 처럼 밀려 들어온 형태의 만灣이지요. 차창(windshield) 밖으로 보면 마치 잔잔한 호수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커피를 마시며 앉아 있노라면 마치 과거 미네소타살때 우리가 10여년을 살았던 인터라켄빌리지의 레이크하우스(호변목가) 거실에 앉아 뒤뜰너머 호수를 바라보며 앉아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곤 하네요. 

평일 이곳은 조용합니다. 석양무렵, 자전거나 도보로 해안을 따라 멋지게 조성된 환형의 산책로를 따라 백베이를 두어바퀴 도는 것이 우리의 빼놓을 수 없는 요즘 일과 중 하나입니다.  바다로 이어지는 부분은 구름다리로 건널 수 있게 연결되어 있어 또한 운치가 있지요. 

주말이나 할리데이기간 중에는 백베이 주변이 신나는 유원지로 변합니다. 각종 이벤트와 스포츠행사, 결혼식과 파티, 콘서트들이 줄지어 열리지요. 그래서 요즘 우린 궂이 멀리 놀러갈 필요가 없습니다. 코 앞에서 매주 버라이어티쇼가  열리니까요. 각지에서 구경 온 이들이 노는 모습을 앉아서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지요. 귀여운 아이들과 강아지들, 튼실한 몸매를 뽐내며 각종 스포츠를 즐기는 젊은이들...




지난주에는 해상에 띄운 크리스마스 트리 점등식이 있었습니다. 

곧 그리운 우리 아들, 딸이 우리 품으로 돌아 옵니다. 연말연시는 우리 네식구가 모처럼 이곳 백베이에서 즐겁고 행복한 훼밀리 리유니온의 시간을 보내려 합니다.  














2014년 12월 1일 월요일

커피 한잔의 행복


늘 별거 아닌 작은 일에도 감사하며 살려합니다. 다행히 나이가 들수록 일부러 그러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자동 그리되네요.      

아침의 커피한잔, 아보카도 샌드위치 한입, 더운물 샤워, 'I miss you Mom so much '-아들의 텍스트메시지 한 줄, 남편이 허리에 깔고 자라며 마이크로웨이브로 덥혀 가져다 준 핫팩, 코스트코의 맛배기 샘플 케익 한조각, '하이'하며 세발 자전거 타고 지나가는 꼬마들, 산책길의 꽃한송이....에 감동하고 감탄을 연발하며 삽니다. 

우리 이웃의 이 트레일러 주인은 돈 없는 현대판 집시입니다. 하지만 언제나 그의 얼굴은 언제보아도 그 어떤 갑부보다 더 밝고 자유로워 보입니다.   

천성이 큰 욕심이 없는 편입니다. 젊어서는 그것이 저의 발전을 저해하는 문제점이라고 생각했던 일이 있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의도하셨건 아니건 저를 그렇게 양육해 주신 부모님께 감사하는 마음이 큽니다. 그저 조그만 일상의 즐거움을 찾아 알알이 즐기는 것으로 충분히 행복할 수 있음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그게 좀 지나친지 가끔 남편의 한소리를 듣습니다. 우리끼린 괜찮은데 남이 보는데 너무 그러면 좀 민망하더라네요. 한번은 한인타운의 싸구려 식당에서 6불짜리 음식을 먹으며 아, 정말 너무 환상적인 맛이야, 너무너무 맛있네요!를 나도 모르게 연발했나 봅니다. 로변철씨 나중에 하는 말이 동석했던 분들은 물론 옆자리 사람들이 어리둥절한 표정 , 아마 속으로 미국에 막 온 조선족이나 탈북자 아닌가 했을 꺼라나요.   

뭐, 그러면 어떤가요, 그냥 그렇게 감사,감동이 튀어 나오는걸 억제할 수도, 그럴 생각도 없습니다. 전 앞으로도 그렇게 감사 또 감사,  감동 또 감동하며 계속 촌스런 아줌마로 살아 가렵니다.  



      

내 마음의 지상낙원



"아, 지상낙원이 따로 없네!" 
로변철씨가 요즘 입에 달고 사는 말입니다.(특히 자쿠지에 들어갈때마다 꼭 그러더라구요.)

멋진 산과 바다, 환상적 기후, 친절한 사람들, 물질적 풍요 그리고 곳곳에 한인마켓에서 파는 싱싱한 식품들....정말 이곳 써던 캘리포니아 그 중에도 오렌지카운티 그리고 그중에서도 태평양연안-비치시티 지역은 천당은 못돼도 구백당은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막상 여기 사시는 분들 중에는 가끔 자신이 얼마나 좋은 여건에 처해 있는지 잘 모르는 분들을 봅니다. 좋은 부분은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늘 불평꺼리만을 찝어내 찾겠다는 자세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렇게 갈수록 편해지고 발전하는 아름다운 세상인데 9명의 밝고 긍정적인 삶은 외면하고 궂이 1명의 극단적 범죄나 재앙만을 과장해 이야기하면서 말세를 외치는 사람들과 같은 맥락입니다. 그러다보니 다시 한국으로 역이민 가고 싶다, 타주로 이사하가려 한다...늘 안주를 못하고 번뇌가 많은 걸 봅니다.   

그러는 우리도 젊은시절, 캘리포니아에서 비지니스를 할때 조금 그랬던 기억입니다. 가진 것에 대한 감사는 다 접어두고 캘리포니아의 문제점만 찾으며 불만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아마 이민초기 우리의 바쁘고 힘든 생활이 마음의 여유를 앗아가 그랬을 것입니다. 그땐 미국을 잘 몰랐고 아직 영주권도 없을 때라 뭔가 늘 마음 한구석에 불안감 같은 것이 이ㅛ었던 듯 합니다.  그러다보니 어쩐지 저너머 잔디가 더 푸르러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우리는 이곳에서 4년 간 나름 이룩했던 모든 것을 접고 아지랭이 같은 환영을 쫓아 오렌지카운티 바닷가를 등졌었지요.    

이제는 압니다. 내 마음의 문을 먼저 열지 않는 한 우리가 꿈꾸는 엘도라도는 그 어디에도 없다는 것을 . 그러나 내 마음 먹기에 따라 지상낙원은 사방도처에 널려 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