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땡스기빙을 어떻게 보낼까? 진작부터 인근에 사는 친지가 같이 가족여행을 가자, 또 동양사상 공부모임 분들이 온천을 가자는 등의 제의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아이들도 없고 하니 그냥 조용히 지내기로 했지요.
대신 고향 추수감사저녁은 미네소타 친구이자 네이버 캠퍼인 데이브/쉐리부부와 라구나비치에 사는 그들의 장남 노아네 집에서 같이 칠면조를 구워 먹기로 전부터 약속을 했었습니다.
이들 부부는 오십대 후반으로 미네소타 토박이지요. 몇년 전부터 우리처럼 모토홈(자동차, 모토사이클, 자전거 두대를 달고)을 타고 여기저기 계절에 따라 돌아 다니며 삽니다. 데이브는 스테이트 아이스하키 대표선수 출신으로 개인회사를 운영하며 한 때 돈을 너무 많이 벌어 자동차 경기에도 관여했었고 친구인 댄과 린다부부에 의하면 스포츠카 3대는 늘 기본으로 가졌었다네요. 지금도 BMW 모토사이클을 모토홈에 싣고 다니며 스피드를 즐기는 멋쟁이 노신사입니다.
신앙심도 깊어 병원과 군대 채플린으로 봉사도 하는 다재다능한 사람이구요.
아내 쉐리는 데이브와 하이스쿨 스윗하트로 수채화 화가입니다.
신앙심도 깊어 병원과 군대 채플린으로 봉사도 하는 다재다능한 사람이구요.
아내 쉐리는 데이브와 하이스쿨 스윗하트로 수채화 화가입니다.
점심시간에는 샌타아나의 어느 교회에서 주관한 홈리스 점심공양(?) 행사에 자원봉사를 다녀와서 서둘러 집을 나섰습니다.
멀리 바다가 보이는 노아의 집은 라구나비치 다운타운에서 불과 두블럭 떨어져 찾기 쉬웠습니다. 전에 몇번 갔던 UU교회 바로 옆 동네더라구요. 석양을 보며 해변도로를 기분좋게 20분정도 달려 오후 4시에 도착했지요.
부엌에서는 전형적인 아메리칸 훼밀리의 상다리 휘어지는 땡스기빙디너가 준비 중이었습니다.
맨손으로 오라고 했지만 예의상 우리는 불고기와 김치를 어바인 H마트에서 사서 조금 싸가지고 갔습니다. 헌데 이런, 김치뚜껑을 열자 좀 너무 익었는지 냄새가 장난아니게 진동! 그런데 다들 코를 쥐려다 말고 얼른 정색을 하며 '와우 냄새 좋네!' 너스레....를 떱니다. 참 미국사람들 이런 천연덕스런 선의의 거짓말을 우리도 배워야 하는 건지 말아야 하는 건지.....

함께 음식준비 마무리와 상차리기를 도왔고 드디어 5시에 기도와 더불어 정찬이 시작되었습니다.
어지간한 스텐드업 코메디언을 능가하는 데이브의 끝없는 유머와 농담(혹시라도 못 알아들을까봐 아주 또박또박 말해서 더 웃김)그리고 그 못지않은 아내 쉐리의 늘 가다가 삼천포로 빠져버리곤하는 수다삼매경....으로 저녁내내 우린 얼마나 웃었는지 모릅니다. 그덕인지 엄청난 음식을 흡입했지만 어느새 소화가 다 되어버렸습니다.
아들 노아는 전에 만났을 때는 말이 없는 젊은이인 줄 알았는데 왠걸 어린시절 이야기, 스노우보드 타다가 등뼈가 부러져 하반신 마비될뻔 한 이야기....수다가 역시 부전자전이었습니다.
전에는 엄마 쉐리가 평생 승마를 즐기다보니 그간 팔다리가 두번씩 그리고 등뼈가 한번 부러졌던 이야기를 하더니만 이 집안은 무슨 골절이 취미생활인 것 같았습니다. (중략)
그리곤 1961년도 존웨인 주연의 '하타리'란 영화를 함께 감상하면서 비로소 좀 입들이 잠잠해지더군요.
올 때는 노아와 매력적인 여친 킹가(애칭)가 남은 음식을 잔뜩 싸주네요. 한 며칠은 식량 걱정 안해도 될듯합니다.
문득 십여년전 우리 매장에서 일하던 신디아줌마네서 매년 먹던 미드웨스트 올아메리칸 정통 칸츄리스타일의 푸짐한 땡스기빙 디너(한국 시골할머니들처럼 더 먹어 더먹어 하면서 푹푹 접시에 자꾸만 담아주던)의 추억이 오랜만에 되살아났던 넉넉하고 유쾌한 저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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